[스크랩] 어찌 향기를 훔쳐가느냐?

어찌 향기를 훔쳐가느냐? 애정이 없으면 나무랄 수도 없다 세상에 때묻지 않은 스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환하게 핀 연밭을 발견합니다 모처럼 보는 처염상정한 연꽃의 자태에 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다가갑니다 그때 바람결을 타고 연꽃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스님은 너무나 맑고 향기로운 향기에 조금 가까이 가서 향기를 흠뻑 들이마십니다 그때 연밭으로부터 화신이 나타나서 나무랍니다 어찌 남의 향기를 훔치느냐고 스님은 갑자기 할말을 잃어버립니다 화신이 지적한대로 하면 그는 분명 향기를 도둑질하였고 스님이 지녀야 할 계율을 어긴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어라 답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무안하여 자리를 뜨기도 그래서 죄지은 사람모양 가만히 머물러 있는 때였습니다 잠시뒤에 저벅저벅거리며 장화를 신은 사람이 큰 낫을 들고와서 연밭으로 들어가 연을 사정없이 베어내니 발 디디는 곳마다 크게 훼손됩니다 그사람은 베어낸 연을 한다발 만든 다음 그것을 들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리를 뜹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화신의 태도입니다 스님에게는 향기를 훔쳤다며 야단하던 화신이 자기의 온 몸이 부서지는데도 보고만 있습니다 스님은 묻습니다 나는 향기를 조금 맡았어도 나무라던 당신이 어찌 연밭을 후질러놓고 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화신은 답하기를 스님은 맑고 고운 수행자여서 마치 흰 비단 천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스님의 작은 잘못은 금방 흰 비단을 물들이고 더 큰 잘못으로 변할수있기에 그랬을뿐이고 저사람은 이미 탁하고 더럽혀진 마음이라서 나무란다고 해서 바뀔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스님에게는 유독 무어라 한것이지 스님과 저사람을 차별하여 그런것이 아닙니다 하고는 깊은 향기를 스님에게 듬뿍 안기고 연밭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립니다 이후로 스님은 만행을 가고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향기로울수가 없었다 하지요 - 옮김-

 

출처 : 우소인~愛

글쓴이 : 스마일 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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