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다들 그 분이 전직 대통령이기에 서거라는 어휘를 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가 살던 집 뒷산의 부엉이 바위에서 자살하기 위해 스스로 투신을 했는데 병원으로 옮겼으나 회생하지 못하고 결국 서거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매스컴이나 여러 야당 정치인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그가 자살한 시점으로 불과 며칠 전의 입장을 손 바닥 뒤집듯 바꾸곤 애도와 참배의 모드를 만들어 7일간의 장례기간을 온 나라를 들썩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분향소 앞에서 일찌감치 그 분의 진의를 알지 못해 죄송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참회(?)를 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어떤 야당은 그 분의 유지를 계승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이것 까지는 죽음 앞에 경외감을 표하고, 원칙보다는 감성적인 면에 치우치며,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면 자신도 모르게 뒷줄에 서는 국민성이라는 생각으로 이해를 한다. 문제는 기독교의 저널에 올려진 글들이다. 노 전 대통령을 가난한 사람과 서민을 위한 메시야나 되는 것처럼 그를 평가하고, 심지어 그가 서민을 위해 희생한 것을 교회가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추모 인파를 빗대어 그는 죽었지만 그의 사상이 부활했다고 말하는 기독지식인이 있는가 하면 그의 공의와 정신을 기독교인들이 계승해야 하는 것처럼 그를 칭송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그의 구원까지 들썩거리는 패들도 있다.
엔간하면 ‘강아지 풀 뜯는 소리’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경우는 이 말을 꼭 한 번 더 써야겠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기존교회를 비판하고 나무라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들이 가진 그 기준은 뭔가? 한 술 더 떠서 노 전 대통령과 선한 사마리아인(사실은 선한 사마리아인이란 말은 없지만)과 같은 반열에 두는 얼뜨기 목사도 있다. 가난한 자를 위해 관심을 갖고 어느 정도 희생을 하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지내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가? 그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영생을 줄 수가 있는가? 구원이 어디 로또인가? 구원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많이 받으면 얻는 것인가? 그러면 그가 그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그가 정녕 이 땅의 가난을 구원했는가?
세상 사람들이야 옛날 위컴 사령관이 말한 것처럼 들쥐처럼 깃발이 흔들리는 곳으로 쏠리는 것은 말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독교를 표방하는 이들이 이 따위의 글을 올린다는 것은 성경에 대한 모독이며 구주 예수그리스도를 현저하게 욕보이는 일이다. 그것이 기독교의 정신에서 나온 말이나 글들인가? 세상의 관점으로 기독교의 가치를 말한 망발인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친구들이다. 물론 자신들의 울분을 대신 터뜨려주고 그 아픔을 공감해 준 그 분에 대한 추모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그가 과연 서민들 속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담대히 할 수 있을까? 누가 그럴 자신이 있는가? 그건 자신의 희생이 아니고 그가 좋아하는 삶의 스타일일 뿐이다. 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편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퇴임 후의 삶을 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가 원칙과 상식 위에서만 행동을 했는가? 퇴임 후의 여러 가지의 언행, 그리고 집의 규모와 뒷산 조경에 쏟아 부은 돈, 그리고 그의 아내가 자녀들을 위한 미국 현지 주택에 대한 욕심을 몰랐다고만 하면 법적인 책임은 면한다고 생각한 일 등이 과연 원칙과 상식인가? 자신 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거부하고 자신을 수용하는 사람들과는 똘똘 뭉치는 리더십,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6.25 참전 용사들에게 냉담하게 등을 돌린 그가 과연 애국 애족의 지도자인가?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는 니편 내편을 갈라놓는 데는 탁월한 역량을 가졌었다.
다만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순수한 양심에 충실하려고 하므로 정치적으로 영악하지 못하고, 양심에 따라 돈에 집착하지 못한 바보가 된 점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부인이 돈에 대해 대단한 똑숙이 되었다. 살림은 그의 몫이었다. 왜? 남편이 돈에 대해 바보이니까 남편이 가정과 장래를 위한 경제적인 문제를 책임질 수 없는 분이니 할 수 없이 부인이 나섰다. 그래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니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데 검찰에서 자꾸 책임 추궁을 하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은 자들을 생각하는 것 보다 자신이 내세운 청렴한 리더십이 무너지고 지금까지 지켜온 금력에 대한 떳떳함이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으니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전직 대통령이... 그 충격을 국가가 국민이 고스란히 다 받아야 하지 않는가? 정말 국가와 사회의 공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가난한 자들과 소외 받는 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장렬히 희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유서 내용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개인사에 관한 내용 밖에 없다. 국가와 역사를 상대해서 대화한 흔적은 없고 자신의 비애에 대한 상념과 다분히 철학적인 코멘트 약간이 전부다. 방송이 여러 요인으로 그의 죽음을 미화하고, 향방 없는 종교인들이 여론을 의식해서 그를 칭송하고, 마음씨 착한 시민들이 줄지어 통곡하며 슬퍼하는 역사상 전무한 큰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러나 그게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의 동력과 그 내용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정치 지도자가 순진하게 보이기만 하면 많은 표를 얻고 국가가 세계 속에서 저절로 굳건히 서게 되는가?
국가 살림이 어디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인가? 국민들에게는 순수하고 털털해 보이기만 하고, 강대국에는 대놓고 삐딱하게만 나가면 나라살림이 저절로 되는가? 순수하다는 말과 어리석다는 말은 동일 선상에 있다. 그런 면에서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체계의 이 지구촌에는 바보 대통령은 곤란하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와 세계경제 사정으로 인해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대통령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륜이 있고, 박식해야 한다. 비록 서민들과 함께 국밥은 훌쩍거리면서 들이키더라도 국제사회에서 공인을 받는 멋쟁이여야 한다. 더 이상 바보 신드롬에서 허우적거리지 말라. 바보를 좋아하면 다 쪽박을 찬다. 그렇다고 공의와 정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양심과 법과 상식을 지키는 강한 국가와 국민이 되자는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바란다면 기독교가 더 이상 바보 같은 글 장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